서 론
투명세포형 신세포암은 신세포암의 가장 흔한 유형으로 원격 전이가 빈번이 발생하나, 갑상선으로의 전이는 매우 드물다(< 0.1%) [1]. 다른 장기에서 발생한 암이 갑상선으로 전이한 경우는 전체 갑상선암 중 1.4-3.0%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임상 문헌들에서는 신세포암이 갑상선 전이암의 가장 흔한 원발 부위로 보고되고 있다[2,3]. 전이성 신세포암은 특징적인 임상 증상이 없어 신세포암의 치료 과거력과 함께 갑상선 초음파 검사가 감별진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갑상선에 발생한 전이성 신세포암의 초음파 소견에 대한 보고는 많지 않지만 특징적으로 저에코 음영의 혈류량이 증가되어 있는 고형 결절의 형태를 보여 악성의 위험도가 높은 소견이었다[4]. 하지만 저자들은 76세 여자 환자에서 양성 초음파 소견을 보인 갑상선 결절에서 수술 후 병리 검사에서 전이성 투명세포형 신세포암으로 진단된 증례를 경험하여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76세 여자가 점차 증가하는 왼쪽 전경부 종괴의 수술적 치료를 위해 병원에 왔다. 20여 년 전 좌측 신장 절제술을 받은 수술력이 있었으나 당시의 진단명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20여 년의 시간이 지나 진료기록도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한 신세포암의 병력을 알 수 없었다. 그 외 고혈압 및 B형 간염 보균자 등의 과거력이 있었다. 신체 검사상 왼쪽 전경부에 압통을 동반하지 않은 종괴가 촉지되었으며 갑상선 기능 검사는 총 T3 118.7 ng/dL (정상 80-200 ng/dL), 갑상선자극호르몬 0.34 μIU/mL (정상 0.3-5.0 μIU/mL), free T4 1.15 ng/dL (정상 0.75-2.00 ng/dL)로 정상이었다.
환자는 내원 4년 전 타병원 갑상선 초음파 검사에서 다수의 갑상선 결절이 확인되었다. 갑상선 결절 중 왼쪽 갑상선에 위치한 3.4 × 2.2 × 4.0 cm 크기의 경계가 명확한 등에코음영의 결절로 2016년 대한갑상선영상의학회의 악성위험분류체계(K-TIRADS)에 따라 낮은의심 카테로리로서 세침흡인세포 검사를 시행하였고, 양성 세포(Bethesda category II)로 확인되어 추적 관찰하기로 하였다(Fig. 1A and 1B). 1년 후 갑상선 초음파 검사에서 왼쪽 갑상선 결절은 종단면에서 1 cm가량 크기가 증가하여 세침흡인세포 검사를 다시 시행하였으나 이번에도 양성 세포로 확인되었다. 갑상선 결절의 크기 증가 소견으로 수술적 진단을 권유하였으나 환자가 원치 않아 추적 관찰하던 중 2020년 갑상선 초음파 검사에서는 6.2 cm로 확인되어 수술을 진행하기로 하여 본원에 내원하였다. 수술 전에 시행한 갑상선 초음파 검사에서 왼쪽 갑상선에 관찰되던 경계가 명확한 등에코음영의 결절은 6.5 × 3.8 × 7.1 cm로 확인되었으며 결절 내부의 석회화 소견이나, 도플러에서의 혈류 증가 등은 관찰되지 않았다. 그 외 갑상선에 관찰되는 결절들은 이전 초음파와 비교할 때 유의미한 크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Fig. 1C and 1D).
좌측 갑상선 절제술 후 병리 조직의 현미경으로 풍부하고 투명한 세포질을 가진 투명세포암이 관찰되었으며 유두암의 특징적인 소견인 핵구(nuclear groove) 및 가성 핵내 세포질 봉입체(nuclear pseudoinclusion)는 관찰되지 않았다(Fig. 2A and 2B). 면역조직화학염색 검사에서 thyroid transcription factor-1 (TTF-1), thyroglobulin에서는 음성이었으며(Fig. 2C and 2D), PAX-8, cluster of differentiation 10 (CD10), carbonic anhydrase-IX (CA-IX)에서는 양성이었다(Fig. 2E and 2F). 불분명한 좌측 신장 절제술 병력을 고려하여 양전자 단층촬영하였고 잔여 병변과 다른 장기에 추가적인 전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외래에서 추적하던 중 이전 수술 기록지를 확인하였으며 2001년 좌측 신장에서 3.0 × 3.0 cm 크기의 신세포암이 진단되었음을 확인하였다.
고 찰
신세포암은 갑상선 전이암의 흔한 원인 중 하나로 Chung 등[3]이 발표한 문헌분석에서는 전체 갑상선 전이암 중 48%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나 신세포암의 갑상선 전이는 전체 전이 중 0.07%의 빈도로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5]. 신세포암의 첫 진단과 갑상선 전이암의 발생 사이에 평균 68개월의 시간 간격으로 매우 길고 무통성 종괴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비독성 갑상선 결절로 오인되는 경우가 있어 병력 청취를 통해 신세포암의 치료 과거력을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3]. 하지만 신세포암의 갑상선 전이는 근치적 신절제술 10년 이후에도 발견되는 경우도 있으며 Heffess 등[1]의 보고에 따르면 신세포암의 과거력 없이 갑상선 전이가 신세포암의 첫 임상 소견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임상 현장에서 신세포암의 갑상선 전이를 감별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갑상선 초음파 검사는 갑상선 결절의 발견 및 결절의 암 위험도 평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6]. 갑상선에 발생한 전이성 신세포암의 특징적인 초음파 소견에 대한 문헌보고를 살펴보면 초음파 검사에서 주로 저음영에코의 고형 결절 형태(K-TIRADS 4 [중간의심] 또는 5 [높은의심])를 보인다[4,7]. 중간의심 또는 높은의심 카테고리의 결절들은 2016년 대한갑상선영상의학회의 악성위험분류체계(K-TIRADS)에 따라 세침흡인세포 검사를 시행하게 되는데 절반 이상에서 양성 또는 불확실한 소견으로 나와 진단적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5]. 본 증례에서도 양성 갑상선 초음파 소견 및 양성 세침흡인세포 검사 소견을 가지고 있으나 지속적인 크기 증가 소견을 보여 진단적 수술을 시행하게 되었다.
투명세포형 신세포암의 갑상선 전이와 갑상선 원발암을 감별진단하기 위해 면역조직화학염색 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는데 감별진단에 이용되는 항체들로 CD10, CA-IX, TTF-1, thyroglobulin 등이 있다. CD10, CA-IX, PAX-8 등은 전이성 투명세포형 신세포암의 특징적인 항체들이며 갑상선 조직의 특징적인 항체에는 TTF-1, thyroglobulin, PAX-8 등이 있다[8,9]. 그중 PAX-8의 경우 갑상선과 신세포암 모두에서 발현되어 감별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또한 thyroglobulin은 투명세포 변형 갑상선암에서 투명 세포형 변형이 이루어진 세포질에서는 염색되지 않을 수 있어 핵 염색 방법인 TTF-1이 진단적 가치가 높다[10]. 본 증례에서는 TTF-1, thyroglobulin에서 염색이 되지 않았으며 CD10, CA-IX에서 염색되는 모습이 확인되어 면역조직화학염색 검사 결과로 전이성 투명세포형 신세포암을 진단할 수 있었다. 본 증례에서 처럼 갑상선 초음파 검사에서 양성 초음파 소견을 가진 갑상선 결절에서 투명세포형 신세포암의 갑상선 전이가 발생할 수 있어 임상의들은 갑상선 결절이 확인되었을 때 이전의 다른 원발암의 치료 병력에 대해 면밀히 확인하고 4 cm 이상으로 점차 크기가 커지는 결절에 대해서는 진단적 수술이 필요함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