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겸상인대는 간우엽과 간좌엽을 해부학적으로 나누는 기준으로 이용되는 인대이다. 겸상인대는 상측으로 올라가 두 개의 층으로 나누어져서 우측 및 좌측 관상인대(coronary ligament)와 연결되고 좌 측 끝은 서서히 두꺼워지면서 좌 측 삼각인대(triangular ligament)가 되고 우측으로는 우측 관상인대와 후방의 벽측복막이 만나면서 우측 삼각인대를 형성한다.
겸상인대에서 발생하는 병변은 드물며 특히 겸상인대 부속물의 염전에 의하여 초래되는 지방 경색은 더욱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저자들은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 ERCP)을 시행한 후 발생한 겸상 인대 부속물 염전을 경험하였기에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95세 여성 환자가 내원 당일 구토를 동반한 급성 상복부 통증으로 응급실을 방문하였다. 과거력으로 20년 전부터 고혈압으로 치료받고 있었고 10년 전 담석으로 담낭절제술을 시행 받았으며, 8년 전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진단받았고 3년 전 심방 조동으로 치료받은 병력을 가지고 있었다. 내원 당시 활력 징후는 혈압 120/80 mmHg, 맥박 분당 100회, 체온 38.8℃, 호흡수 분당 20회였다. 이학적 진찰 소견으로 우상복부와 명치 부위에 압통이 있었다. 내원 당시 시행한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11,780×109/L, 중성구 89.9%, 혈색소 12.1 g/dL, 혈소판 164,000/mm3, C-reactive protein 5.97 mg/dL, 총 빌리루빈 2.93 mg/dL, 직접 빌리루빈 2.46 mg/dL, aspartate aminotransferase (AST)/alanine aminotransferase (ALT) 1,095/688 IU/L, alkaline phosphatase (ALP)/gamma(γ)-glutamyl transferase (γGTP) 205/664 IU/L, amylase/lipase 161/269 U/L, hepatitis B surface antigen/antibody (-/+), HCV Ab (-)였다.
복부 컴퓨터 단층촬영에서 간내담관과 총담관의 저명한 확장이 관찰되었고 췌장의 미부에서 1.5 cm 크기의 작은 낭성 병변이 관찰되었다. 자기 공명 담췌관 조영술(magnetic resonance cholangiopancreatography)에서 총담관 내부에 담즙 오니(bile sludge)가 관찰되었고 췌장 미부에서 췌관과 연결되어 보이는 낭성 병변이 관찰되었다. 이에 담석성 췌장염이 강력히 의심되어 ERCP를 시행하였다. 선택적 담관 삽관 후 내시경적 유두절개술을 시행하였고 회수풍선을 이용하여 총담관 내부에서 담즙 오니를 제거하였다. 시술 후 다음날 환자의 복통의 강도는 감소되었고 열은 더 이상 관찰되지 않았다. 혈액검사에서도 백혈구 6,890×109/L, 총 빌리루빈 1.3 mg/dL, AST/ALT 128/239 IU/L, ALP/γ-GTP 121/291 IU/L, amylase/lipase 168/89 U/L로 전반적인 호전을 보였다. 경도의 상복부 통증은 지속되다가 시술 후 3일부터 다시 상복부 통 증의 강도가 증가되었고 시술 후 5일부터 통 증이 급격히 악화되어 혈액검사를 시행하였다.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8,060×109/L, 총 빌리루빈 0.76 mg/dL, AST/ALT 16/32 IU/L, ALP 59 IU/L, amylase 117 IU/L로 이전 검사에 비하여 호전된 결과를 보여주었다. 시술 후 6일에도 통증이 계속 지속되어 시행한 복부 컴퓨터 단층촬영에서 담도 확장 소견은 전반적으로 호전되었으나, 겸상인대 주위로 지방 음영이 증가되고 주위 가장자리에 고밀도 징후(hyperattenuated rim sign)가 관찰되었다(Fig. 1A). 상복부 초음파검사를 추가로 시행하였고 볼록형 탐촉자를 이용한 초음파에서 겸상인대 주위로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타원형의 고에코성 병변이 관찰되었으며, 중심부의 불균질한 저에코성이 혼재되어 있었다. Color Doppler에서 주위 혈관 분포는 거의 없는 병변을 관찰할 수 있었다(Fig. 2). 선형 탐촉자를 이용한 초음파에서는 두꺼워진 겸상인대 주위로 불균질한 고에코성 병변과 저에코성 병변이 혼재되어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Fig. 3). 상기 검사 소견을 통하여 복통 악화의 원인이 겸상인대 부속물 염전임을 확진할 수 있었다. 환자는 진통제 및 보존적 치료를 지속하면서 증상은 점진적으로 호전되었고 겸상인대 부속물 염전 진단 11일 후 퇴원하였다. 퇴원 16개월 후 추적검사를 위하여 시행한 복부 컴퓨터 단층촬영에서 이전에 보인 겸상인대 주위의 증가된 지방 음영과 가장자리 고밀도 징후는 사라지고 더 이상 관찰되지 않았다(Fig. 1B).
고 찰
겸상인대 부속물에 발생하는 병변은 매우 드문 질환이며 발생한다 하더라도 의인성 내부 탈장, 급성 괴사성 췌장염이나 점액성 육종과 같은 종양에 의하여 부수적으로 발생할 때 관찰할 수 있는 병변이다[1]. 따라서 겸상인대 부속물 염전은 임상적으로 의심하기 어려운 급성 복통의 매우 드문 원인이다. 겸상인대의 부속물의 염전이나 경색에 의한 염증이 발생하게 될 때 나타나는 임상 양상은 상복부 복통으로 췌장염이나 상복부 장관 질환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며 특히 담석 산통(biliary colic)으로 발생될 경우 급성 담낭염으로 오인되기도 한다[1,2]. 그러므로 감별 진단을 위하여 복부 전산화 단층검사나 복부 초음파검사를 추가로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산화 단층검사에서는 특징적으로 겸상인대 부속물의 염전 부위가 증가된 지방 음영이 나타나고 주위 지방조직에 염증성 변화가 관찰된다[3]. 복부 초음파에서는 압통이 가장 심한 부위에서 검사하는 것이 좋으며 겸상 인대 부속물의 염전은 고에코성으로 보이고 비압축성의 불균질한 종괴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실시간 초음파 영상에서 환자의 호흡에 따라 주위 복강 내 구조물들과 같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 겸상인대를 검사할 때 중요한 감별점으로 보고되고 있다[4]. 상기 환자에서는 ERCP를 시행한 후 급성 복통이 다시 악화되었다. 처음에는 ERCP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췌장염이나 담관염 또는 천공을 의심하였다. 그러나 추가적인 혈액검사에서 간효소치와 amylase 및 lipase는 오히려 호전되었으며, 정상 범위의 백혈구 수를 보였고 단순 복부 방사선검사에서도 유리공기 음영은 관찰되지 않았다. 복통의 일반적인 원인들이 대부분 배제되었으나 복통이 악화되어 전산화 단층검사와 복부 초음파를 시행하게 되었으며 겸상인대 부속물 염전을 진단하게 되었다. ERCP 시행 후 매우 드물기는 하지만 비장 손상이 증례로 보고된 바가 있다. 그 기전은 십이지장경이 십이지장 구부를 지나 제2부로 이동하여 장관을 단축시킬 때 발생하는 견인력이 위비장인대나 비대장인대에 과도하게 작용하거나 유착 부위의 감소된 이동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부학적인 변화가 생겼거나 상대적으로 작은 복강을 가진 환자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전의 수술로 인하여 복강 내부의 유착은 복강 내부의 가소성(plasticity)을 감소시켜 상기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5]. 본 증례에서도 ERCP 시행 후 겸상인대 부속물의 염전이 발생하였는데, 시술과 인과관계가 있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겸상인대의 해부학적인 특징으로 호흡에 따라 간과 장관과 같이 움직이지 않는 고정된 인대이다. 그러므로 인대의 부착 부위의 가소성은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담낭절제술의 수술력으로 인하여 간과 담낭 주위 조직의 유착이 있는 상태에서 ERCP를 시행하였고 십이지장경의 단축 및 회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도한 견인이 겸상인대 부속물의 염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복부 수술력이 있는 환자에서 ERCP 후 발생하는 급성 복통에서 시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합병증들을 배제하였다 하더라도 복통이 지속될 때는 복부 전산화 단층검사와 복부 초음파검사를 통하여 겸상인대 부속물의 염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