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복부 초음파검사는 만성간질환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검사이다. 만성간질환 중 특히 간경변증은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으로 환자를 진료 및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1]. 혈청 aspartate transaminase (AST)와 alanine transaminase (ALT)가 정상인 B형 간염 환자에서 HBV DNA가 상승한 경우에 간경변증이 없으면 면역관용기로 판단하여 치료 없이 경과 관찰하여도 양호한 예후를 보인다. 그러나 간경변증이 동반된 경우에는 꼭 항바이러스 치료가 필요하다[2]. 그렇기 때문에 B형 간염 환자에서 초음파검사할 경우 간경변증을 시사하는 소견을 찾기 위한 검사자의 노력이 중요하다. 복부 초음파를 통하여 간표면 결절성, 문맥혈류의 속도, 간 위축, 간비대, 비장비대 등 간경변증에 의한 간의 형태학적 또는 2차적 변화들을 관찰함으로써 간경변증을 진단할 수 있다[1]. 그리고 복부 초음파는 computed tomography (CT)에 비하여 방사선 노출이나 조영제 부작용이 없으며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에 비하여 저렴하고 검사 시간이 길지 않은 장점이 있다. 그러나 복부 초음파는 결과가 주관적이므로 세밀한 관찰을 위한 검사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본 증례는 HBV DNA가 상승한 61세 여자 환자의 복부 초음파에서 비장 비대 없이 문맥압항진증을 시사하는 사행 형태의 비장정맥 확장 소견으로 간경변증을 진단하였던 예이다. 이 증례를 통하여 복부 초음파로 비장정맥 또는 측부혈관의 확장을 확인하여 간경변증을 진단하고 조기 치료하는 것에 대하여 문헌을 통하여 고찰하고자 한다.
증 례
61세 여자 환자로 1주일 여 전부터 3 kg가량의 체중 증가, 부종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주로 발목 아래가 붓는다고 하였으며, 특히 하루 중 저녁에 붓는다고 하였다. 호흡곤란, 흉통 등 다른 심혈관계 및 호흡기계 관련 증상은 호소하지 않았다. 오심, 구토, 설사, 복통, 혈변 등 다른 소화기계 증상도 동반하지 않았다.
환자는 만성 B형 간염 환자로, 3-4년 전 타 병원에서 시행 받은 복부 초음파, 위내시경 및 혈액검사에서는 특이 소견이 없었다고 하였다. 과거 갑상선 저하증을 진단받았으나 치료 없이 경과 관찰하기로 했었다고 하였다. 이전 수술력은 없었으며, 술과 담배는 전혀 하지 않았다.
이학적 검사에서 활력 징후는 혈압 120/80 mmHg, 심박수 분당 70회, 호흡수 분당 18회, 체온 36.6°C로 안정적이었다. 가슴청진상 천명음이나 악설음 등은 들리지 않았다. 복부 청진상 장음은 정상이었으며 압통이나 반발압통은 없었고, 발등 부위에 오목부종 소견이 있었다. 그 외 다른 이학적 검진에서 특이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내원 당시 시행한 혈액검사 결과에서 백혈구 4,300/mm3, 혈색소 13.2 g/dL, 혈소판 69,000/mm3, 총 단백/알부민 5.7/2.8 g/dL, 총 빌리루빈 1.6 mg/dL, AST/ALT 52/38 IU/L, alkaline phosphatase/gamma-glutamyl transferase 98/40 IU/L, blood urea nitrogen/Cr 6.0/0.5 mg/dL, prothrombin time INR 1.43, α-fetoprotein (α-FP) 17.62 ng/mL, sodium/potassium/chloride 144/4.3/110 mmol/L, 총 콜레스테롤/high-density lipoprotein (HDL) 콜레스테롤/중성지방 182/80/71 mg/dL, N-terminal pro-B-type natriuretic peptide (NT-pro-BNP) 57.30 pg/mL였다. B형 간염 바이러스검사에서 hepatitis B surface antigen positive, hepatitis B surface antibody negative, hepatitis C antibody negative, hepatitis B envelope antigen positive, hepatitis B envelope antibody negative, hepatitis B virus DNA realtime polymerase chain reaction 9.34 × 106 IU/mL였다.
복부 초음파에서 간실질이 고에코로 거칠게 보였으며 제7분절에서 8 mm 크기의 낭종이 관찰되었다(Fig. 1). 간표면의 결절소견은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고 간엽의 위축이나 비대는 없었다. 간문맥의 협소나 간문맥 혈전은 관찰되지 않았다. 비장비대는 관찰되지 않았으나 비문 부근에 울퉁불퉁한 무에코 소견이 관찰되었다(Fig. 2). Color Doppler 초음파로도 관찰하였고 비장정맥이 1 cm 이상으로 확장되었으며 사행 형태를 보임을 확인하였다. 비장정맥 확장 소견을 통해 간경변증으로 진단하였다. 좌신문에서는 신정맥의 확장 소견은 없었고, 간좌엽 부근에서 좌위정맥이 확장된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혈액검사 및 복부 초음파검사를 통하여 혈청 HBV DNA ≥2,000 IU/mL인 대상성 간경변증으로 진단하였고 항바이러스 치료의 적응증이어서 B형 간염에 대한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하였다. 추후 다른 부위의 정맥류 확인을 위한 위내시경검사, 복부 컴퓨터 단층촬영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 항바이러스 치료 시작한지 한 달 후에 시행한 피검사에서 백혈구 4,200/mm3, 혈색소 14.0 g/dL, 혈소판 72,000/mm3, 총 단백/알부민 6.5/3.1 g/dL, 총 빌리루빈 2.3 mg/dL, AST/ALT 63/37 IU/L를 보였다. α-FP는 16.24 ng/mL로 감소하였다.
고 찰
간염바이러스, 알코올 등에 의한 간내 염증이 지속되면 간섬유화가 발생하게 되어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게 된다. 간경변증은 혈관의 저항을 증가시켜 문맥압이 항진됨에 의한 복막염, 정맥류 출혈, 간성혼수 등 심각한 합병증과 간암의 발생 증가로 나쁜 예후를 보인다[1]. 간경변증은 간생검을 통한 병리조직학적검사로 확진할 수 있으나 실제 임상에서는 출혈 위험성 등으로 간경변증이 의심되는 모든 환자에서 간생검을 할 수 없고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비침습적으로 간경변증을 진단하는 방법으로는 혈액검사 및 영상검사가 있다.
혈액검사에서는 Child-Pugh 등급과 관련된 알부민, 빌리루빈, 프로트롬빈 시간과 문맥압 항진에 영향을 받는 혈소판 수치는 진행성 간질환을 반영하므로 간경변증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AST/ALT ratio가 역전된 경우도 진행성 간질환의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AST, ALT의 경우 간경변증에서 정상인 경우도 많으며 그리 높지 않은 경우가 흔하고, ALT가 정상이더라도 간경변증의 합병증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2]. 따라서, 간경변증에서 활동성 바이러스 증식이 확인된 경우에는 AST, ALT 수치와 무관하게 항바이러스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2].
복부 초음파, CT, MRI에서는 간의 결절성 표면, 비장비대, 복강내 측부혈관 확장 등의 소견이 간경변증을 시사한다. 그리고 위내시경에서 식도 또는 위에 정맥류가 관찰되면서 간경변증의 다른 소견이 동반될 때도 간경변증을 진단할 수 있다[3].
복부 초음파는 간경변증을 진단하는 데 유용하다[4]. 간경변증에 의해 생긴 간의 생태학적 변화 또는 2차적인 변화를 복부초음파를 통하여 확인함으로써 간경변증을 진단할 수 있다. 간경변증을 시사하는 복부 초음파 소견으로는 다수의 재생결절, 고에코의 거친 간실질, 간표면의 요철성 변화, 간우엽의 위축, 간좌엽의 비대, 비장비대, 우회혈관확장, 복수 등이 있다[3]. 그러나 간의 초음파적인 변화와 간기능의 정도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저평가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3,4]. 특히 지방간과 만성 간염, 간경변증을 감별 진단함에 있어서 간표면의 요철성 변화와 비장비대 유무가 중요하다. 특히 만성감염에 비교하여 초기 간견병증을 진단하는 데 가장 민감도 높은 소견이 간표면의 요철성 변화로 알려져 있다[4].
본 증례에서는 복부 초음파상에서 간실질이 거친 양상은 관찰되지만 간표면의 요철성 변화가 명확하게 관찰되지 않았고 비장비대가 관찰되지 않아서 간경변증으로 진단하기 어려운 경우였다. 혈액을 통한 간기능검사상 간경변증을 시사했지만(저알부민증, AST/ALT ratio 역전, 혈소판감소증 등) 초음파상에서 간표면의 요철성 변화나 비장비대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을 경우 문맥압항진을 시사하는 사행 형태의 비장정맥 확장 소견을 확인하는 것이 간경변증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5]. 비장정맥이 10 mm 이상 확장되어 있을 경우 문맥압항진증을 시사한다[5].
문맥압항진증이 지속되면 전신순환계와 문맥순환계가 만나는 혈관이 확장하여 복수가 생기고 비장비대가 발생한다. 측부혈관 확장 중에서 비장정맥류는 비장결장인대를 가로지르며 비장의 전하방에 확장된 정맥으로 초음파상 관찰된다. 비장 주위의 측부혈행은 위정맥과 연결될 수 있는데 비문에 구불구불한 사행정맥 양상으로 관찰된다. 비신단락도 비장과 좌신문에서 관찰되는 사행정맥 및 확장된 좌신정맥 양상으로 관찰할 수 있다[6]. CT의 경우 복부 전체를 관찰할 수 있어서 측부혈관이 확장되었는지 확인하기 용이하여 복부 초음파보다 진단에 유리하다. 그러나 문맥압항진증을 의미하는 비장정맥의 확장은 실시간 초음파로도 가능하므로 관찰시 주의할 필요가 있다[1]. 또한 Color Doppler 초음파, 조영증강 초음파 등으로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비장비대는 문맥압 항진에 의한 혈류역학적 보상작용으로 생기며 비장비대가 비대상성으로 진행되면 비장기능항진증이 발생한다[7]. 간경변증에서 동반되는 혈소판감소증은 주로 비장비대에 의한 혈소판 수명 감소 때문이어서 혈소판이 낮은 경우 대부분 비장비대가 동반된다[8]. 그러나 혈소판 감소가 있다고 꼭 비장비대가 동반되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도 있다[9]. 상기 증례는 혈소판 감소증이 있으나 비장비대가 없는 드문 경우였으나 문맥압항진증을 시사하는 비장정맥 확장을 확인함으로써 간경변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비장으로의 관류가 증가한 경우 비장비대 없이 비문에서 비장정맥의 확장으로 측부혈행확장이 관찰되는 경우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10]. 비장비대가 없으나 비장정맥이 확장된 경우 혈소판 감소증 등을 확인함으로써 비장이 병적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다.
AST, ALT 수치가 그리 높지 않으나 HBV DNA 수치가 높은 경우 간경변인지 판단하기 위한 세심한 초음파검사가 필요하다. 만일 비장정맥 확장이나 다른 측부혈행 확장 소견을 확인 못 하여 간경변증으로 진단 못 하였을 경우, 만성 B형간염의 면역관용기로 판단하여 항바이러스 치료의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이 환자는 혈소판 감소는 있으나 비장비대가 동반되지는 않았고 문맥압항진증을 시사하는 비장정맥 확장 소견이 관찰되었다. 이를 통하여 B형간염에 의한 간경변증 진단하에 적절한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한 경우이다. 비장비대 없이도 문맥압 항진을 시사하는 측부혈행 확장이 관찰될 수 있다. 또한 초음파로도 비장정맥 확장이나 측부혈행 확장 관찰이 가능하므로 위내시경, CT, MRI 등의 검사를 시행하기 전 조기에 간경변증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간경변증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복부 초음파를 시행할 때 비장정맥 확장이나 측부혈행 확장이 있는지 확인하여야 하며 비장비대 없이도 관찰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겠다.